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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06 17:01
[AI 2014] 한겨레 (2. 5)
 글쓴이 : 계모
조회 : 10,686  


[단독] AI 살처분 공포…“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지켜주세요”


등록 : 2014.02.05 08:08
수정 : 2014.02.05 12:10

 

발병 농가서 40여㎞ 떨어졌지만
출입 통제한채 방역소독 안간힘

문화재청에 보호 요청도 했으나
“AI 퍼지면 살처분해야” 답변뿐

국제슬로푸드서 ‘맛의 방주’ 선정
“복원 어렵다” 살처분 중단 촉구

새까만 닭들이 잰걸음으로 달려왔다. 까만 눈동자에 까만 깃털을 가진 ‘연산 오계’다.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깃털에 청잣빛이 감돌았다.

4일 오후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지산농원에 농장주인 이승숙(52)씨가 “얘들아, 엄마 왔다”고 소리치며 들어섰다. 그를 매일 쫓아다니는 ‘쫄쫄이’가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이씨의 왼쪽 어깨에 올라탔다. “얘들이 제 발자국 소리를 알아요. 어떤 애들은 소리 듣고 마중까지 나온다니까요.” 다른 닭들은 푸드덕거리며 볏짚 위를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멸종위기에 놓인 재래종으로 1980년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된 연산 오계 1000여마리는 이씨의 자랑이다.

역시 천연기념물이었던 부산 기장 오계가 1981년 멸종한 뒤 국내 유일의 순수혈통 오계 농장으로 남게 된 지산농원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의 공포가 들이닥쳤다. 이곳은 지난달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 부여의 한 농가와 40여㎞ 떨어져 있다. 1㎞ 떨어진 곳에는 오리 3000마리 농장과 대형 업체의 닭농장도 있다.

농장 들머리에서부터 차량 소독이 이뤄졌다. ‘출입통제’라는 빨간 글씨가 적힌 간판도 긴장감을 더했다. 농장으로 들어서면 ‘대인 소독실’이 마련돼 있다. 성인 남성 한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공간으로 천장에선 적외선 불빛이, 양쪽에선 천연소독약이 뿜어져 나왔다.

‘살처분’을 언급하자 이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져가면 연산 오계도 죽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살처분을 해야 할 경우 이씨가 협의하도록 돼 있는 문화재청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해봤지만 오계도 예외 없이 살처분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2006년과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될 땐, 살처분을 피하기 위해 경기도 동두천과 인천 등지로 피난까지 시켰었다.

지난해 연산 오계는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이 선정하는 ‘맛의 방주’ 목록에 올랐다. 맛의 방주는 세계 각지의 전통 음식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사업이다. 연산 오계는 천연기념물이지만 3년이 지나 산란이 잘 되지 않거나 종계에서 탈락한 경우 식용으로도 쓰인다. 슬로푸드재단 한국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생명다양성위원회를 열어 연산 오계에 대한 무차별 살처분을 반대하고 나섰다.

무차별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섯차례 발생했고 그때마다 살처분이 되풀이됐다. 농식품부 집계를 보면, 4일 기준으로 15개 농가가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고 닭과 오리 등 267만6000마리를 죽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부가 ‘묻지마 살처분’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에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가의 가금류만 살처분하고 나머지 3㎞ 이내 지역의 가금류 등은 이동 제한·금지 등의 조처를 할 뿐이다.

황성남 중앙대 교수(의학)는 “예방을 한다고 다 죽여 버리면 닭이나 오리가 저항력을 가질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살처분을 하면 사체가 지하수·토양에 스며들어 오염도 심해진다”고 말했다. 김선경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도 “조류인플루엔자도 7~10일이 지나면 회복이 되고 백신도 개발돼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사람도 70억 인구 중 연간 60명이 안 되고 대부분 후진국에서 동물과 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산업 중심적 시각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황성남 교수는 “근본적으로 동물들을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를 줘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선진국처럼 가축 기르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경 연구원은 “살처분은 일종의 ‘마녀사냥’이다”라고 비판했다.

논산/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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