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을 보시기에 앞서 제가 KBS 측으로부터 촬영과 관련해 사전에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는 점을 밝힙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정돈되지 않은 모습,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익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자막이 그대로 방송되어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KBS 측에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합니다.
1. 경과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고 며칠 전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오는데 카메라 든 분이 농장쪽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촬영을 중단시키고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6시 내고향팀이라고 했습니다. AI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너무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오고 제 판단으로는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스케치성 기사만 실리는 상황을 못마땅해 하고 있던 터라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혔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지 않아서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PD로 보이는 남자분과 주로 얘기를 했는데, 자기네는 다르다고 하길래 취재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 해놓고 나중에 보도하는 거 보면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편집해서 결국 이용당한 느낌만 들게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간 부분을 두서없이 얘기했습니다.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길래 촬영하지 마시라고 여러 번 부탁했고, 그 분은 쓰지 말라고 하면 안 쓸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농장 밖에서 방역하는 장면만 찍겠다고 해서 그건 상관 없으나 인터뷰는 절대로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해 말했습니다.
2. 문제점
AI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터에 언론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저처럼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공익을 위해 협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취재원과 접촉을 해서 취지를 설명하고 약속을 정해서 방문을 해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일 것입니다. 더구나 AI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때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차량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기르고 있는 닭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가금 천연기념물로서 국민세금으로 지켜지고 있는 문화재입니다. 농식품부가 반경 3km 이내 AI가 발생하면 예외 없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저는 밤잠을 설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신문.방송에서 취재를 하고 보도를 했지만 '천연기념물 오계도 비상' '잠도 못 자고 발만 동동' 같은 한가한 기사들뿐, 공익적인 차원에서 진지하게 접근한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간만 빼앗기고 실익도 없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3. 저의 입장
저는 천연기념물 국가지정사육인으로서 저희 가문에서는 6대째, 개인적으로는 15년 째 연산오계를 지켜오고 있는 종種 지킴이입니다. 공직에 있는 유명인사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지만 그간 수차례 언론에 노출되어 일반인보다는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AI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전국으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에 나와 평정심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방송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KBS 측에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요구합니다. 1) 진위를 파악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 주시고 2) 제가 받은 정신적 충격과 훼손 당한 개인의 명예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포함, 성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회 : 22,768
